핸리 사건에 부쳐

이 좋은 떡밥을 그냥 지나치기 섭섭합니다. 앙리가 공공의 적이 되어버렸습니다요...

개인적으로는 앙리를 비난하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칭찬할 마음도 없습니다. 그냥 무덤덤합니다. 대신 이후 사건의 진행 방향 만큼은 흥미롭기 그지없습니다. 아일랜드 재경기 요구! 피파가 아주 골머리를 앓게 생겼습니다.

지난 월드컵 스위스전. 전 국민이 힘을 모아 피파 홈피를 날려버렸던 열정을 기억하실 겁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그 월드컵 예선에서 실제 재경기가 성사된 덕이겠죠. 오늘날까지도 심판이 아차 하는 순간 어김없이 수면위에 떠오르는 문제의 경기. 지금 아일랜드 축협도 이 경기를 걸고넘어지고 있답니다.

회상해봅니다. 2006 월드컵 예선 아시아 플옵 우즈벡-바레인전(이기면 남미 4등과 맞장). 우즈벡이 PK로 선제점을 올리나 킥 이전에 동료선수가 페널티 박스로 들어갔다는 이유로 노골이 선언되고 바레인에게 프리킥이 주어집니다. 명백한 심판의 착각으로 다시 차게 해줘야했었습니다. 어쨌거나 오심에도 불구하고 경기는 우즈벡이 1-0으로 이깁니다. 헌데...

내친김에 우즈벡이 주심을 피파에 제소하는 욕심을 부립니다. 이참에 3-0 몰수승을 따내 이어질 어웨이 경기는 쉬엄쉬엄 가자는 속셈이었습니다. 그러나 바람과는 달리 피파는 “노게임” 판정을 내렸고 재경기 결과 우즈벡은 탈락하고 맙니다. 이런 니미...

이후 우즈벡이 AFC를 탈퇴하네 마네 난장을 부린지라 AFC의 아랍 밀어주기로 이해하신 분들이 계신데 사실과 다릅니다. AFC는 재경기에 반대했습니다. (차라리 주심이 일본사람이었음을 의심하는 편이 더 이성적입니다.) 그 결정은 월드컵조직위원회에서 내린 겁니다. 즉 피파가 한 거죠. 국제규정상 심판의 오심은 주최측에 제소하게 되어있습니다.

피파는 이때의 결정을 무쟈게 후회하는 듯 이후 별 황당무계한 오심, 예를 들자면 강슛이 골대 그물을 그냥 뚫고나가 노골로 선언된다거나, 한 선수가 경고 3장을 받는 상황에도 일관되게 심판들의 편을 들어줍니다. 고로 이번에 아일랜드에게는 별로 희망이 없습니다. 근데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주최측이 다른 긴 하지만 좋은 예가 생각납니다. 94년 뉘른베르크와 바이에른이 각각 1.분데스리가 강등과 우승을 걸고 격돌합니다. 경기 중 바이에른 토마스 헬머가 텅빈 골대를 빗겨가는 황당 슛을 날리는데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주심은 너무 완벽한 찬스라 설마 못 넣으리라는 생각은 못했다고 용서를 빕니다. 그랬습니다. 골로 선언해버린 겁니다. 결과는 2-1 바이에른 승리. 재경기가 선언되었고 생방송 화제집중을 받으며 유럽 전역에 중계된 이 경기에서 바이에른은 대승을 거둡니다.

당시 재경기가 성립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바이에른에서 먼저 ‘이겼지만 찝찝하다 다시하자!’고 나선 덕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자유, 평등, 박애 운운하며 세계유일무이 정의의 국가인양 설치는 프랑스도.... 까놓고 재경기를 할 정도의 막장 오심은 아니었습니다. 정의의 용사 프랑스 사람들 생각도 같겠죠...

마지막으로 좌절모드의 아일랜드 국민들께 유용한 정보를 건네려 합니다. 피파에 24시간 이내 5백만 이상 항의 메일을 보내면 재경기 한다는 소문은 개뻥입니다. 우리가 해봤다가 욕만 먹었답니다.

by 바셋 | 2009/11/20 15:32 | FIFA | 트랙백 | 덧글(29)

심판이 미울 땐 2억을 준비하자!

2007년 6월 2월 덴마크 파르켄 스타디움. 축구사에 길이 남을 만한 경기가 있었습니다. 유럽선수권 예선임에도 당시 우리 정규 뉴스에 소개될 만큼 화제를 모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원정팀 스웨덴이 20여분 만에 3골을 넣으며 무난한 승리를 거두나 했습니다. 당시 객관적 전력은 스웨덴을 덴마크보다 높이 쳤습니다. 스페인의 무패행진 기록도 이 스웨덴에게 깨지고 나서 시작되었죠. 허나 이전 경기들에서 스페인, 북아일랜드에게 연패를 당한 덕에 또 지면 유로 본선이 가물가물해질 수밖에 없었던 덴마크가 독을 품고 달려들어 15분을 남기고 거짓말 같은 동점을 만들어냅니다. 분위기로 봐서 대역전극도 가능한 상황. 그러나 덴마크 크리스티안 얀센이 사고를 칩니다. 마르쿠스 로젠보리를 가격해 스웨덴의 끝내기 PK 찬스... 남은 시간 1분.

그리고 문제의 사건이 시작됩니다. 관중석에 있던 ‘로니 뇌르비’라는 열혈 청년이 운동장에 뛰어 들어와 주심에게 돌격합니다. 주심은 잠시 덜미를 잡히는 굴욕으로 그친 반면 덴마크 팀이 얻는 상처는 처참했습니다. 어쩌면 비길수도 있었던 경기를 0-3 몰수패... 이후 홈 2경기 무관중... 유로08 본선진출 희망과 작별... 실제로 탈락. 근데 더 벙깠던 건 잡고 보니 이 친구 덴마크 사람이 아니더란 겁니다. 노르웨이 사람입니다... 미친놈입니다.

로니 뇌르비에 대한 덴마크 법정의 판결이 드디어 나왔습니다. 고소인은 덴마크 축협으로 무관중 경기로 인한 손해를 몽땅 이 청년에게 청구했고 법원이 이중 약 70%를 인정, 90만 코로나, 즉 한화 약 2억1천만 원을 노르웨이 청년에게 때립니다.

난동꾼이 발생하면 각종 손해 비용을 몽땅 당사자에게 물려버리는 게 작금의 유럽 추세입니다. 올시즌부터 세르비아는 경기 당일 경기장 안은 물론 외부에서 발생된 크고 작은 기물파손의 책임을 개인에게(안 잡히면 서포터 연합에게) 부과해 서포터 조직 여러 개를 파산시켜버리기도 했죠.

덴마크를 사랑했던 노르웨이 사람 뇌르비 청년은 돈이 없어 징역형을 선택하기로 했답니다. 각계의 따뜻한 온정... 당연히 없습니다... 

by 바셋 | 2009/11/19 12:41 | 그로벌축구 | 트랙백 | 핑백(1) | 덧글(10)

보스&헤르 對 포르투갈 미리보기

월드컵 3,4위전 징크스, 이번에는 깨질까?  키팅님의 글에 트랙백합니다.

월드컵 4강 징크스는 이번에도 여지없이 반영될까요? 유럽 폴옵 보니스아&헤르체고비나(이하 보헤)-포르투갈의 경기를 앞두고 예상 함 해봅니다.

역대전적을 찾아보니 자료가 없습니다. 지난 포르투갈 홈경기가 첫 대면이었더군요. 흥미롭습니다. 경기는 홈팀의 1-0 승리였습니다. 기사로 접한 경기내용은 포르투갈의 일방적 우세였는데 제 눈에는 보헤의 충분한 가능성이 보였습니다. 포르투갈의 공세가 흐름을 주도했지만 공격력을 놓고 평가할 때 보헤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경기를 뒤집었다고 해도 크게 놀랄 일이 아니었죠. 어쨌거나 포르투갈이 한수 위임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결과는 겨우 1득점! 이제 장소는 보헤의 홈입니다.

1차전에서 포르투갈은 크날두의 공백을 나니와 메이렐레스가 연합해 우겨 막습니다. 팀 전통에 준하여 볼점유율을 극대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진 위주의 경기를 펼칩니다. 헌데 데쿠의 실수가 좀 많았습니다. 데쿠-나니 콤비네이션도 별로요, 리에드손과 시망은 몸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단점만 보려고 드니 포르투갈도 별 거 아닙니다. 그러나 현상태는 보헤가 더 위험합니다. 스바히치, 라히미치, 무라토비치 이상 세명이 경고를 하나씩 드셨습니다. 이번 경기에 못나옵니다. 소국들의 전형적인 약점이 이런 겁니다. 스페어가 태부족입니다. 미로슬라프 블라제비치 감독이 과거 크로아티아를 이끌고 세계를 제패할 뻔했다가 주저앉았던 이유도 같습니다. 헌데 역설적으로 이 문제가 소국들의 강점으로 작용되기도 합니다. 예상치 못한 카드가 불쑥 튀어나오죠. 아닌 게 아니라 블라제비치 감독이 인터뷰에서 히든카드가 있다고 했던데 뻥카라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분명한 건 1차전과 전혀 다른 전형을 갖출 것이란 점입니다. 블라제비치는 가끔 상상 그 이상의 과감한 배팅을 합니다.

보헤는 1차전에서 상대가 너무 쉽게 온 공간을 지배하도록 놔두었습니다. 볼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안정된 수비를 위한 선결 조건이며 1점차라면 급한 쪽은 오히려 포르투갈입니다. 이에 중앙 미드필더 즈베즈단 미시모비치의 역할이 엄청나게 중요하겠고 아마도 블라제비치가 생각하는 히든카드일 듯한 리옹의 영건 미랄렘 퍄니치(사진)의 에딘 제코 일병 구하기 작전 아님 본인의 일격필살에 보헤의 운명이 달려있을 터입니다.

근데 저는 보헤가 위에 언급한 전술적 변화를 승리의 포인트로 보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고가의 포르투갈 제품들은 들이대면 분명 피합니다. 보헤는 교통사고 보험사기단의 정신 자세로 파워풀한 축구를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첫판에선 너무 얌전해 보입니다. 작년엔가 모병제로 전환했다더니 역시 상무정신이 부족해졌습니다.

정리하면 오늘 경기 관전 포인트로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겠습니다. 보헤 선수들의 월드컵 본선에 대한 열망은 어느 정도인가! 또 포르투갈이 얼마나 공격 집중력을 회복할 수 있는가! 선제골 넣은 쪽이 2점차 이상으로 쉽게 풀어갈 거라 봅니다. 바라기는 보헤가 이겼으면 좋겠습니다. 좀 더 빨리 이 경기에 관심을 가졌다면 홍석천을 밀사로 파견할 수 있었을 텐데... 이제는 시간이 없습니다.

by 바셋 | 2009/11/18 12:34 | 그로벌축구 | 트랙백 | 덧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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