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에른의 인내력

지난 시즌 바이에른 뮌헨은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거둡니다. 어느 정도 모험을 각오하고 경력 일천하나 신식(혹은 미국식) 팀 관리를 배우고 돌아온 유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영입했지만 그토록 소망하던 ‘개혁’마저 개무시, 시즌 중 퇴출이라는 수모를 줍니다.

그리하여 들어온 사람이 네덜란드 사람, 루이스 반 할입니다. 확실한 거 하나는 그보다 화려한 경력을 가진 지도자가 그리 많지 않단 점이겠죠. 강성 맹장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헐랭이 클리시가 망쳐 놓은 바이에른에 이런 유형의 감독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맞물려 반 할이 들어오기 전부터 바이에른은 이적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합니다. 대표적으로 티모슈크와 마리오 고메즈가 영입됩니다. 얘들이 네덜란드식 축구(433이라고 해둡시다)에 적합하냐가 화두로 떠오르나 당사자인 반 할은 별 걱정을 안 합니다. 막강한 중앙 공격수 두 명, 클로제와 토니가 건재함에 안심합니다.

근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개차반이었습니다. 우려대로 전방 두 명의 공격수를 지휘, 엄호할 선수가 보이지 않습니다. 바움요한, 소사, 토마스 뮐러가 돌아가며 기용된 첫 세판에서 겨우 승점 2점을 챙깁니다. 본부로 반 할의 급박한 지원요청이 쏟아지고 레알에서 아르엔 로번이 공수됩니다. 반 할은 익숙한 433 포메이션으로 전열을 정비합니다. 이제야 뭔가 들어맞는다 싶었습니다.

재수도 참 없습니다. 리베리, 로번이 줄부상을 당합니다. 442로 돌아온 바이에른은 또 헤매기 시작합니다. 11라운드까지 19점입니다. 클린스만도 이보단 나았습니다. 여기에 유챔스리그에서 조3위입니다. 감독과 선수들의 불화기사가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옵니다. 리베리는 고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반 할 부임이후 훈련 중 웃는 선수를 못 봤다 까발립니다. 데미켈리스도 새 감독의 선수 편애가 도를 지나친다고 투정입니다... 애들이 젤 싫어하는 게 선생님의 편애입니다.

올리츠 마저 자빠지는 부상의 쓰나미가 이어지자 여름 이적시장에서의 분전은 무의미해집니다. 반 할이 친히 데려온 네덜란드 수비수 용병들도 무용지물임이 밝혀집니다. 필립 람은 수비진영 양쪽을 모두 책임지지 못합니다. 결국 한쪽엔 항상 구멍이 뚫려있습니다. 결정적으로 반 할을 좌절모드로 몰고 가는 선수는 고메즈입니다. 이너마 클럽 역사상 가장 비싼 돈을 주고 모셔온 넘입니다. 첨엔 좀 하나 싶더니 이내 꽝입니다. 반 할은 고집스럽게 고메즈를 밀어 넣다 드디어 클럽 수뇌부에게 한 소리 듣습니다.

이 사람들... 인내심이 많은 편이 아닙니다. 조만간 어떤 결정이 나올 수도 있겠죠. 자 여기서 하나 집고 넘어가 봅니다. 줄부상은 감독의 책임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선수들의 불평도 성적이 안 나오는 팀에선 고정 레파토리입니다. 급투입되어 자신의 이상을 제대로 펼쳐보이지도 못하고 있는 반 할이 잘려야할 명분이 있을까요?

멀리 가지도 말고 클린스만만 봅니다. 2등했습니다. 그래도 나가야 했죠. 지금 얘들 6등입니다... 과거 베켄바워의 감독 부임과정도 그랬습니다. 바이에른은 분위기 전환용으로 장수의 목을 치는데 주저함이 없습니다. 이제 보르도-샬케-레베쿠벤 전이 이어집니다. 모두 빅게임입니다. 반 할의 운명은 이 세 판 안에 결정된다고 봅니다. 감히 예상해봅니다. 발리면 짤리고, 이기면 끝까지 갑니다... 근거요? 짤리면 그때 말씀드립니다. 힌트는 ‘러시아’입니다...


사진출처:  http://www.flickr.com/photos/13655232@N03/

by 바셋 | 2009/11/03 01:05 | 독일 | 트랙백 | 덧글(16)

트랙백 주소 : http://basset.egloos.com/tb/1561886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화성거주민 at 2009/11/03 09:03
어제였던가요. 룸메이트 형이 네X버에서 빅리그 순위표 쫙 훑어보는거 어깨너머로 보다가 분데스리가꺼 보니까 깜놀이더군요.

라리가의 황가 마덕리도 그렇고 EPL의 리버풀도 그렇고 리그별로 전통 강호들이 한팀씩 죽쒀먹는게 대세인가? 싶더라구요;;;;


그 뮌헨이 5위 바깥에서 놀고 있다니... 시즌 개막한지도 두달이 넘어 갈텐데..
Commented by 바셋 at 2009/11/03 09:34
여러가지 이유로 올 시즌은 유챔스만 챙긴다는 계획을 세워놨는데... 이런 식으로 리그들이 저를 부릅니다요;;;
Commented by 반바스틴 at 2009/11/03 13:38
분명 부상이 워낙 여파가 크긴컸죠.. 인정합니다만... 반봄멜기용(휴.. 이놈은 언제 기대만큼..), 왼쪽수비들 (프라니치, 브라프하이트) 골리문제등등 좀 맘에안드는부분이 있긴하죠...

확실히 저역시 못해도 클리스만만큼 시즌후반까지 기다리는건 당연하다봅니다. 설마 짜르겠습니까... 워낙 인내심없는클럽이긴하지만....

4-3-1-2 도 적응해가는데 또 4-3-3 병행해야되는것도 걱정이고.. 휴...
Commented by 바셋 at 2009/11/03 14:16
반바스틴님 블로그 보면서 썻다고 해도 되는 글입니다
계속 '추적' 부탁드려요^^
Commented by 시북 at 2009/11/03 18:23
얼마전 블로그에 명문은 무너질 기미가 안 보인다... 라고 썼는데, 예외는 역시 어디에나 있네요. 뮌헨과 리버풀의 안습 09시즌은... ㅜㅜ 레알이나 뮌헨이나 잔인한 수장교체도 역시 장기적으로 안 좋은 걸까요;
Commented by 바셋 at 2009/11/04 09:13
장기 계약을 염두하고 데려온 감독은 분명 아니라고봐요. 충격요법인데 아무런 충격이 없으니.. 나가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Commented by GrayFlower at 2009/11/04 01:26
캬~ 역시나 재미난 글 잘 봤습니다.^^ 로벤 선수와 리베리 선수가 함께 뛴 첫 경기를 인상깊게 보고선 꿈같은 플레이를 기대했는데 역시나 부상이 문제네요. 바셋님 덕분에 앞으로 뮌헨의 행보를 지켜보는 재미도 생기겠습니다.^^
Commented by 바셋 at 2009/11/04 09:16
저는 경기보다 감독 바뀌는 걸 더 재밌어하는 지라;;;;; 보르도에게 발렸습니다. 기대되네요^^
밀란의 선전도 인상적이구요. 감축~
Commented by asianote at 2009/11/04 02:54
레알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해피. 리베리 영입을 눈앞에 두고 있게 됐군요. 안 그래도 호나우두 없다고 징징대는 판에 리베리 온다면 호나우두의 공백을 메울 수 있습니다.
Commented by 바셋 at 2009/11/04 09:17
리베리는 시즌 중 이적한다는 제 예언이 있엇습죠... 레알로 가려나.....
Commented by JoeCole at 2009/11/04 08:54
보르도한테 대판 깨집니다

짤리기 직전입니다.

지금 왜이렇게 리버풀과 닮아있는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라파도 맨시티 경기까지 3경기씩 단두대 매치를 보장받은 것도 그렇고, 팀 돌아가는 꼴도 그렇구요
Commented by 바셋 at 2009/11/04 09:17
그러게 말입니다. 두명의 전설이 올시즌 침몰이네요....
Commented by Autobahn at 2009/11/04 09:47
로베리라인이 부상이라는게 참 슬프네요
왜이러지 얘네들;;;
Commented by 바셋 at 2009/11/04 14:48
그래서 우승팀은 하늘이 내린다는 말이 있나 봅니다.... 그런 말이 있던가;;;
Commented by 낑깡 at 2009/11/05 23:41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봐야 성적이 나오는 감독인데 현재까지 분위기만 놓고 봤을 땐 서로에게 득보단 실이 많은 계약인 것 같습니다. 참 부상 많은 것도 AZ 알크마르가 우승하기 전 시즌, 극심한 부진을 겪었던 것과 닮아 있네요. 여하튼 저도 마지노선을 11월까지로 보고 있는데 어떻게 될 것인지 관심이 가네요. 참 그렇다고 부진한 팀에 칼을 들지 않을 수도 없고. 천하의 무리뉴가 정신없이 까이는 모습도 그렇고 요즘은 감독이 제일 파리목숨이고 불쌍한 사람 같습니다.

선수들의 투정은 참 볼 때마다 그렇습니다. 자기에게 기회가 주어졌을 때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 눈도장을 찍는다면 반 할뿐 아니라 어떤 감독도 그의 걸맞은 보상을 하기 마련일 터인데. 과거에는 이런 것으로 불평하는 선수가 그리 많지 않았죠.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선수가 많았는데 요즘 선수들은 입만 살았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10년 전하고는 축구판이 달라도 너무 달라져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감히 선생님에게 대드는 학생이라니! 근데 재밌는건 지금 교육판처럼 축구판도 선생보다 학생의 파워가 더 강해져있다는 것. 허허.
Commented by 바셋 at 2009/11/06 16:54
재미있는 지적이네요. 보유 선수 수의 변화와도 연관이 있는 것 같고, 감독 역할이 점점 선수 생사를 쥐고있다기 보다 매니저 같은 쪽으로 변하고 있는 영향도 있는 것 같고 그러네요. 우스워진거죠 ㅋ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